
1. 입주 청소를 셀프로 하다
2014년 와이프가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중 반차를 내고 오후에 대구에 있는 아파트 분양 사무실에 가서 줍줍으로 34평 아파트 1개를 분양받았다. 처음으로 새 아파트에 입성할 기회를 얻었다. 2014년 대구 아파트 시장은 불장에서 잠시 눌러주는 눌림목 구간이었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전고점을 기억하며 가볍게 뚫어 2021년 초순경까지 내리 올랐고, 그 후부터 정신을 못 차리고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는 2018년도 이전 가격까지 떨어졌다. 무튼 2017년 말경 우리는 잔금을 치르고 입주를 하기로 결정했다. 2살 된 첫 째를 잠시 처갓집에 맡겨 두고(하루 4시간 정도?) 와이프와 함께 일주일 동안 셀프 입주청소와 셀프 줄눈(화장실 2, 현관 바닥)을 했다. 힘들었다. 눈물이 났다. 내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 후회하며 했다. 그런데 다 하고 나서 입주를 하고 살다 보니 내가 한 줄눈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.

2. 어떻게 했나
전에 살던 집에서 청소기, 빗자루, 물걸레, 헤라(시멘트 똥 같은 거 긁어내는 것), 장갑, 마스크 등등 필요한 장비들을 모두 챙겨 새 집으로 갔다. 첨엔 종이박스, 비닐, 쓰레기 등등 큰 것들 위주로 치우기 시작했다. 그리고 빗자루로 쓸기 시작했다. 대충 큰 쓰레기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고, 기본적으로 설치된 가구 서랍들을 모두 꺼내 곳곳에 묻은 먼지들을 닦기 시작했다. 그리고 의자를 놓고 벽지, 몰딩 등 마감재에 묻은 풀과 먼지들을 걸레로 닦았다. 천장에 설치된 등 박스도 뜯어 닦았다. 땀이 마스크 안으로 흘러들어 왔고 옷을 땀범벅이었다. 대충 정리가 되자 창문과 창틀을 걸레로 닦고, 싱크대 하부도 걸레받이를 분리해 바닥 안에 먼지를 청소했고 베란다, 세탁실 등 배수구 또한 모두 분리하여 청소를 했다. 그리고 거실과 방바닥 등은 청소기로 여러 번 돌렸다.
이제 남은 화장실과 현관문 바닥 줄눈 작업... 첨엔 와이프가 셀프로 하자고 해서 반대했다. 할 줄 몰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. 와이프는 줄눈 시공 키트 박스가 있다고 하며 설명서대로 하면 된다고 하며 마치 못 하면 무능한 남자로 볼 것 같은 눈빛을 보냈다. 설명서대로 타일 사이 백색 시멘트를 제거하는 끌게 같은 것(다이아몬드 형태)으로 줄을 따라 여러 번 긁어 시멘트를 제거했고, 이후 청소기로 시멘트 가루를 빨아 당겼고, 가끔 뻐끔하니 빈틈이 생기면 매꿈제를 이용하여 채워 넣었다. 타일 교차지점 열십자 모양을 시멘트를 긁을 때 끌게의 모서리 충격으로 타일 모서리가 손상되는 일도 있었다. 그리고 타일 양쪽에 종이테이프로 테이핑 작업을 하고 줄눈액을 배합하여 통에 넣어 실리콘을 쏘듯이 일정한 힘으로 눌러주며 줄눈을 완성해갔다. 얼마 전 유튜브에서 줄눈 전문가가 시공하는 것을 봤는데 내가 했던 방식과 똑같았다. 놀랬다. 나는 전문가들은 특별한 기계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분들도 하나하나 수작업을 하는 것이었다. 그렇게 화장실 2곳 바닥과 현관문 바닥의 시공을 완료했다.

3. 셀프 청소, 줄눈 시공의 좋은 점
와이프와 나는 일주일 동안 막일을 하고 입주 청소비 악 35만 원, 줄눈 시공 약 40만 원 상당을 아끼고, 둘 다 몸살에 걸렸다. 셀프로 작업하는 동안 와이프와 다투기도 했지만(몸이 힘드니깐) 서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. 그리고 사는 동안은 내가 입주청소를 했고, 내가 줄눈을 했기에 볼 때마다 집에 대한 애착이 간다. 이 집은 현재는 매도를 한 상태다. 나보다 더 좋은 주인을 찾아갔으리라 믿는다. 다시 셀프 입주 청소와 줄눈을 하겠냐고 묻는다면, 현재로선 'NO'라고 답하고 싶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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